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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제

악플러들의 이해

 

 

 

분노 행동과 인지적 오류 이론의 관점으로 분석한. 악플의 심리

 

     인터넷을 이용하다 보면 각종 커뮤니티, 뉴스 창에서 많은 댓글들을 접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생각이 궁금해 댓글창을 쭉 훑다 보면 어김없이 눈에 띄이며 빠지지 않는 것, 악플이다. 나는 그런 악플들을 읽을 때 세상에 대한 슬픔과 좌절,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하루종일 그 댓글창에서 논박을 주고받으며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나의 내면에 일어난 그런 부정적인 감정은 아마 심리학자 아론 벡이 주장하는 인지적 오류로 인한 자동적 사고 때문일 것이다. 우선 나는 누군가에게 심한 악플이 달리는 것을 보면 어릴 적 비슷한 경험이 떠오르며 그 대상과의 공감이 필요 이상으로 일어난다. 인지적 오류의 관점에서 개인화로 정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그 후 댓글창의 대다수를 점령한 악플러들을 보며 세상 사람들이 다 이들처럼 어리석을지도 모른다는 불안을 가지게 된다. 그렇게 과잉일반화로 인해 생겨난 불안으로 인해 대한민국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을 것 같은 절망감에 빠져든다. 예언자적 사고이다. 그러면 나는 조금이라도 그들을 계몽시키기 위해 발악을 해보곤 하는 것이다. 한동안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스트레스만 쌓였기에 이제는 악플이 보이면 그 댓글에 잠식되어 부정적인 사고를 계속 이어 나가기보다 댓글 창 밖의 세상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게 되었다. 주변엔 훌륭한 지인들이 있으니 악플러들은 세상의 다수가 아닌 일부이다. 악플의 대상이 공격당하는 것은 안타깝지만 나와는 상관이 없는 사람이다. 이러한 발상의 전환이 내게 큰 도움이 되었다. 이와 같은 개선은 내가 사회의 현상을 과잉 해석하며 잘못 인지하고 있다는 자각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악플의 피해자에게 공감하고 피해자를 위해 항변하는 것이 잘못됐거나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가끔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했던 내게 이런 인지의 변화는 필요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악플러들이 그 대상에 대해 그토록 분노하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내가 악플러들에 대해 느끼는 감정처럼 그들도 악플의 대상을 비난받아 마땅한 악인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그들의 심리 역시 아론 벡의 이론으로 어느정도 설명이 가능하다. 아래 몇 가지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개그맨 유병재가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인생드라마로 꼽았다는 이유로 성차별 주의자, 여성혐오자로 낙인 찍히며 사과문까지 올린 사건이 있었다. 이는 나의 아저씨의 장면 중 여성이 폭행당하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얼핏 봐도 터무니없는 논리의 비약이다. 여기서 행해진 인지적 오류는 정신적 여과, 독심술적 사고, 과잉일반화 등이 있을 것이다. 여성을 폭행하는 장면이 들어가는 드라마는 모두 여성 혐오 드라마가 아니며, 하물며 여성 혐오 드라마를 재밌게 본다고 해서 그 사람이 여성 혐오적 사상을 가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별이 바뀐 비슷한 예로, 트와이스 지효도 심한 악플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녀가 팬들과의 소통 중 웅앵웅이라는 단어를 씀으로써 남성혐오 사상을 가졌을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역시 사과문을 쓰게 된 것이다. 웅앵웅은 남성혐오 사이트에서 쓰이는 단어이기 때문에 지효는 남성혐오 사이트의 이용자일 것이고, 남성혐오적 사상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라는 악플러들의 자동적 사고에 의한 주장이었다. 웅앵웅이라는 단어가 남성혐오 사이트에서만 쓰일 것이라는 가정부터 과잉일반화의 오류가 일어나고 있다. 혹여 남성혐오 사이트에서 만들어진 단어라 가정하더라도, 그 단어가 전파되어 다른 집단에서 쓰일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떄문이다.

     조금 다른 사례로 아이유의 투기 논란이 있다. 아이유가 과천 부지의 땅 정보를 미리 입수해 폭리를 얻었다는 뉴스와 함께 엄청난 수위의 비난과 함께 과거 행적까지 송두리째 부정당한 사건이었다. 여기에서도 인지적 오류의 관점으로 악플러들의 심리를 설명할 수 있다.  투기를 하는 사람은 나쁜 사람일 것이라는 이분법적 논리와 투기를 하는 아이유는 탈세를 비롯한 온갖 재산 비리를 저지르고 있을 것이라는 정신적 여과가 그것이다. 추가로,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은 땅을 사서도 안 된다는 이중기준의 오류 또한 범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아이유의 땅 투기 뉴스는 오보로 밝혀졌고 오히려 사비를 들여 경제적 여유가 없는 후배들을 위한 지원을 위해, 건물과 그 부지를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애써 숨겨왔던 선행이 악플러들에 의해 드러난 셈이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악플을 뒷받침할 아이유의 투기라는 명분이 사라졌음에도 아이유에 대한 악플을 그만두지 않았다. ‘후배들에 대한 지원을 생색내기 위해 아이유 측에서 일부러 오보를 낸 것이다.’ 같은 루머를 퍼트리며 말이다.

     비난할 만한 어떠한 근거가 없음에도 사람 자체를 미워하는 악플러들의 이런 심리는 인지적 오류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다. ‘돈을 많이 버는 아이유는 비리도 또한 저지를 것이다.’ 라는 등의 억지를 정신적 여과로 주장할 수도 있겠으나 그 근거가 아이유는 돈을 많이 번다.’ 정도로 굉장히 제한적이고 미약하기 때문이다. 현재의 아이유는 그야말로 완전무결의 인간이기에 악플러들의 이유 없는 분노 감정을 설명하는 근거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아론 벡의 인지적 오류만으로 설명되기 어려운 악플러들의 심리는 분노행동개념에 의해 보충될 수 있다. 악플러들은 자신보다 뛰어난 연예인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으며 열등한 자신에게 분노하는 대신, 대치행동으로써 열등감을 유발시킨 연예인에게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는 것이다. 어떻게든 연예인들을 그들 곁으로 끌어내리고 싶은 악플러들은 연예인을 비난받아 마땅한 악인으로 만들기 위해 그들 내면에서 고의적으로 인지적 오류를 일으키는 것이다. 악인에 대한 비난은 정당한 것이므로 그들의 입장에서 악플을 다는 행위는 분노행동의 승화로서 역할한다. 유병재가 급격한 인기를 얻음에 축적해가는 부에 대해 열등감을 느낀 이들은 그를 여성혐오자로 설정하여 끌어내렸다. 여성에 대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으며 여성의 우위에 서고 싶어하던 이들은 지효를 남성혐오자로 설정하여 끌어내렸다. 악플이 가장 많은 연예인 중 한 명인 아이유의 존경받을 만한 인성과, 외모와, , 그녀의 모든 것은 수많은 악플러들의 열등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악플러들에게 인지적 오류는, 스스로 세뇌되기 위해 이용되는 것이다. 

     악플의 심리는 굉장히 교묘하고 다차원적이다. 악플을 행하는 악플러 스스로에게 자신이 하는 행동은 악행이 아님을 주장하며 속여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아이유의 행동과는 상관없이 그녀에게 분노의 감정을 갖는 사람들이 있다. 이유 없는 분노의 감정을 어떻게든 정당화하려는 의도로 그녀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나의 아저씨를 깎아 내리려는 시도가 있었다. 아이유를 직접 욕하는 건 노골적이고 명분이 없으니, 대치행동으로써 드라마 자체를 여성 혐오, 성차별 드라마로 낙인 찍고, 그 드라마를 통해 아이유를 비난할 명분을 얻으려는 속셈이다. 후에 나의 아저씨는 각종 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휩쓸며 수작으로써 취급을 받게 되었음에도 말이다. 앞서 유병재의 사례는 이런 복잡한 배경지식의 피해자로서 일어난 것이라 추측할 수 있다. 아이유를 비난하기 위해서 드라마 나의 아저씨가 사회적으로 용인되어서는 안되었고, 이를 위해서 이 드라마를 칭찬하는 이가 나와선 안된다. 그런 맥락에서 유병재가 필요 이상의 욕을 먹어야 했던 것은 모두 아이유를 비난하기 위한 꼬이고 꼬인 과정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이처럼 사회의 많은 악플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는 경우는 유병재의 경우 외에도 다수 존재할 것이며 인터넷 상에서 악플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현대사회에 들어 노골적인 외모나 인성에 대한 비난은 그 수가 감소한 대신 한껏 높아지고, 과한 도덕적 잣대로 연예인을 판단하여 과도한 비난을 가하는 현상이 많아졌다. 이는 시민 의식이 향상함에 따라 사회 구성원 모두가 원초적 비난은 악하고, 지양해야 하는 행동이라는 인식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발전된 시민의식과는 별개로 열등감을 느끼고, 그 열등감을 참아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역시 원초적인 비난은 잘못된 것이란 통념을 공유하고 있는 그들은 자신의 자아를 지키기 위해 고의적으로 인지적 오류를 일으켜 열등감을 유발하는 대상을 비난받아 마땅한 악인으로 설정하며 자신들의 분노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궤변이어도 어느정도 정당성을 얻은 그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생기고, 그 일말의 설득력은 비슷한 열등감을 지니고 있던 이들을 혹하기에 충분하다. 사회의 통념과 반대되었던 그들의 열등감이 대의명분을 얻고, 그 수가 늘어나는 순간 연예인들은 깊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언뜻 복잡해보여 조금은 논리적으로도 보이는 그들의 무차별적 비난 행위들을 본 에세이처럼 쉽게 풀어 분석하여 그들의 본심을 그들 스스로를 포함, 모두가 알기 위해 노력하려는 시도가 있다면, 사회는 조금 더 화목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악플러들은 자신의 열등감을 더욱 솔직하게 맞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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