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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과제/movies

Children Of Men. 인간 사고의 부활을 꾀하다.

 

For the Resurrection of human thought

 

     

     2000년대 초, 텔레비전의 오락성과 중독성을 경계하며 텔레비전을 일컫는 말로 바보상자라는 은어가 쓰이곤 했다. 실로, TV는 어떤 사람들에게 바보상자로서 작용할 수 있다. 이는 영양가 없는 코미디 프로그램이나 만화영화 때문이 아닌, TV나 매체로 전파되는 정보들을 단순히 수용하는 결과 비판적 사고를 잃게 되기 때문이다. 지배계층의 사상 전파와 선동으로 인류에게서 찾아볼 수 없게 된 신념과 사고를 불임과 태어나지 않는 아이로 비유해 표현한 영화 ‘Children of men’2027, 인류가 불임을 겪고 18년이 지난 시점을 다룬 작품이다. 작품은 영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가 붕괴된 세상의 책임을 현 인류에게 돌리며, 다시 주체적 사고를 통해 인류의 번영을 되찾아야 함을 역설한다.

 

     영화에서 표현된 영국 정부는 파시즘적인 면모를 보인다. 주변의 숨은 난민을 두둔하지 말라며 선동방송을 내보내고 난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거리낌 없이 군사력을 사용한다. 난민들에게 테러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해 고의적으로 폭발사고를 일으키기도 한다. 주인공 Theo의 사촌 Nigel은 영국 정부의 장관으로 정부를 대변하는 인물이며 파시즘의 상징격인 인물이다. 주인공 Theo와의 대화 도중 창밖에는 커다란 돼지풍선이 떠다니는데, 이는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모티브로 제작된, 밴드 Pink Floyd의 앨범 ‘animals’의 표지의 오마주이며 NigelTheo에게 으르렁대는 두 마리의 개를 진정시키며 첫 등장을 갖는 것 역시동물농장에서의 돼지와 겹쳐 보이도록 의도한 것이다. 그는 각지의 미술품들을 확보하고, 보존하는 일을 하고 있다. 100년 후면 인류가 멸망해 아무도 볼 사람이 없을 텐데, 왜 계속 이런 것들을 모으느냐 묻는 Theo의 말에 Nigel은 답한다. “I just don’t think about it.” 그는 인류의 멸망에 대한 절망과 공포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의 아내 Martha가 꾸준히 동물 자선활동을 하고 있다는 그의 말 역시 이를 뒷받침한다. 지배층은 그저 그들의 지위를 영위하기 위해 시민들을 선동하고, 이용할 뿐이다.

 

     작품은 이런 정부의 프로파간다를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시민들을 다소 한심하게 묘사한다. 바로 아래층에서 사상자가 발생할 정도로 큰 폭발사고가 일어나는데 사람들이 관심있는 건 오직 TV에서 방송되고 있는 최연소 인류 Diego의 사망 뉴스 뿐이다. 컴퓨터 화면으로 Diego의 사망 소식을 전해 들으며 울기 바쁜 회사 사람들은 마치 양떼같이 단일적이다. 자폐증을 앓고 있는 Nigel의 아들 Alex역시 현 인류의 결여됨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목의 타투와 항시 손에 들려 있는 전자기기, 의사소통이 결여된 개인주의의 성격은 현대의 젊은이들을 떠올리게 한다. 초반부터 작품에는 1970년대를 상징하는 연출이 곳곳에 들어가 있다. 히피 정신을 가진 등장인물 Jasper, Theo가 자동차로 Nigel의 거처로 이동하며 흘러나오는 1970년대 락 음악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 또 앞에서 설명했던 1970년대 앨범 ‘animal’s가 대표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1970년대는 영국이 소위 말하는 영국병을 앓았던 시기이며 그야말로 영국 국민들의 상태를 결여로 표현할 수 있는 때였다. 결여된 현 인류의 상태를 강조하고 당시 영국 시민들의 모습과 겹쳐 보이기 위해 당시의 상징물들을 영화에 출연시킨 것이다. 이렇듯 양떼 같은 대중과 온전하지 못한 개인을 조명하며 영화는, 현재 인류에게 결여된 것이 임신과 아이 같은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어떤 것, 정부나 집단의 사상에 휩쓸리기 전에 인류가 갖고 있던 고유의 어떤 것임을 제시한다.

 

     그러한 계몽된 사고의 가능성을 잉태한 것은 난민 출신의 임산부인 흑인여성 Kee이다. ‘avoiding fertility test is a crime.’ 그러한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상검증을 실시하고 있는 정부 밑에서 난민 출신인 Kee가 아이를 잉태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이의 탄생은 시민들에게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며, 바리케이드를 경계로 드러나는 피지배층과 지배층의 삶의 질 차이, 난민탄압 등에 대한 의심을 일게 할 것이고 정부는 더 이상 현 체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 임산부 Kee를 도와 그러한 가능성을 현실화한 것은 굳건한 신념과 주체적인 사고를 가진 인물들이다. 반정부 시위 경력이 있는 Theo, 반정부 집단 피시당의 리더 Julian, 은둔생활 중인 히피 Jasper, Kee를 위해 기꺼이 집단을 배신한 전 피시당 일원 Mirium. 그들이 Key와 아이를 위해 지위와 목숨까지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정부와 집단에 휩쓸리지 않고, 신념을 향해 나아가는 주체적 사고 덕분이었다.

 

     백인, 흑인, 집시, 동양철학, 히피 등 다양한 인종과 사상을 소개하며 그들의 희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영화 ‘Children of men’은 결론적으로 주체적 사고를 통한 인종과 사상의 조화와 평화를 주장한다. Nigel과의 식사자리에서 흘러나온 아리아 ‘war, he sung, is toil and trouble’은 전쟁의 덧없음을 노래했으며, 앞서 설명한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은 반전 사상이 담긴 앨범이었으며, 식사 테이블 뒤에 걸려있던 게르니카는 전쟁의 참상을 표현한 그림이었다. 현대사회에서 전쟁은 인종차별과 사상의 전파라는 이유로 명분을 얻어왔다. 그 과정에서 집단의 구성원들이 주체적으로 사고하며 반발했다면 몇몇의 어리석은 전쟁을 우리는 겪지 않아도 되었을지 모른다. 모든 것은 인류의 계몽을 위하여, ‘Children of men’이 시사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