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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론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론

 

실사 영화를 통틀어 20년간 일본 역대 흥행 기록 1위의 자리를 지켜온 극장판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최근 극장판 만화영화 귀멸의 칼날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그럼에도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BBC에서 발표한 ‘21세기 영화 100[1]에 포함되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는 등 많은 업적을 남긴 자타공인의 명작이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을 포함하여 하야오 감독이 남긴 많은 작품은 관객들에게 그만의 울림을 남겼고 2천년대 초반, 세계화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해외에 알려지기 시작한 그와 그의 작품은 언제나 인기와 이슈를 가져왔다. 3D 기술이 보편화되어 디즈니의 겨울왕국이 전 세계에서 히트를 칠 때에도 하야오 감독은 같은 해바람이 분다를 발표하며 그의 꾸준한 수작업에 대한 철학을 고수했는데 이러한 그의 작품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고집이야말로 그의 작품이 훌륭하게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그는 모노노케 히메제작 이전까지 CG기술을 일절 사용하지 않았으며[2] 이후 벼랑 위의 포뇨에서도 유체의 역동적인 표현을 위해 수작업만으로 작품을 제작했다.[3] 기술적인 고집과 더불어 그는 그의 사상과 주제의식을 작품에 담아내는데 이 글에서는 그가 감독한 작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마녀 배달부 키키>, <붉은 돼지>, <모노노케 히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바람이 분다> 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주제의식과 사상, 그의 작품의 특징 등을 분석하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에 대한 이해를 돕고자 한다.  관객의 마음을 반전사상과 평화주의 등이 그 예의다.

 

반전사상과 평화주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2차 세계대전이 아직 한창이던 1941년에 태어나 미군의 공습에 피난을 떠나는 등 직접 전쟁을 겪은 세대이다.[4] 어릴 적 경험한 전쟁은 참담한 것이었고 이러한 전쟁에 대한 그의 인식은 반전사상으로 작품에 나타난다. 그의 작품에서 전쟁은 전장의 한복판에 놓여져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묘사된다. 전쟁의 주체가 되는 국가나 단체는 언급되지 않거나 잠깐 등장할 뿐, 개개인을 주목하며 전쟁의 잔혹함을 강조한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전쟁을 주도하는 국왕과 설리번이 극 후반부 잠깐 등장하며 전쟁 상대인 이웃나라는 한 번도 비춰지지 않는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도 군사 대국 토르메키아는 묘사되지 않고,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무스카가 연락을 취하는 상부층, 즉 정부의 존재는 등장하지 않으며 모노노케 히메에서도 시시가미의 목을 가져오라 명령한 임금과 그 나라의 언급이 나타나지 않는다. 정보의 부재로 인해 전쟁 주체들에 대한 이해관계는 일절 성립되지 않으며 단지 전쟁이 일어나는 상황과 그로 인해 양산되는 비극을 하야오 감독은 표현한다. 모든 작품이 종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말이다.

2000,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가 제작되고 16년만에 한국에 개봉하며 갖은 한 인터뷰에서 감독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일본인을 위한 애니메이션만 만들어왔다. 16년 전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만들 때 이 작품이 전 세계에 개봉할 거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다.”[5]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중 군사 대국 토르메키아는 서부에 위치한 나라로 묘사되고, ‘모노노케 히메에서 아시타카는 작 중에서 동쪽 외딴 곳의 원시 부족이라고 전해지는 에미시 마을 출신이며 서쪽을 향해 모험을 떠나는 인물이다. 그의 인터뷰를 참고하여 바람 계곡과 에미시 마을이 각각 일본을 의미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었던 일본과 순진무구하고 침범당하는 두 마을을 동일시하는 것은 다소 피해자 행세를 하는 느낌이 들겠으나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또 이렇게 말한다.

먼저 <이웃집 토토로>는 일본을 굉장히 싫어했던 어릴 적 나 자신을 위해 어른이 돼서 쓴 편지와 같은 작품이다. 무엇을 싫어했냐고? 간단히 설명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어릴 때 전쟁을 통해서 가족들이 돈을 벌게 됐고, 전쟁을 통해서 일본이 잘못된 생각으로 가득하게 됐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6]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서전인 「출발점」(1979-1996, 2013, 대원씨아이)에서 그는 2차 세계대전 기간동안 일본이 다른 나라들에 무슨 일을 저지르고 다녔는지 자랑처럼 떠벌리는 군인 출신 기술자들 때문에 어릴 적부터 일본이 싫었다고 얘기한다. 그렇기에 그의 작품에서 그는 일본과 일본인을 그리되 구체적으로는 그들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반성을 섞어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나우시카에서 거신병의 빔은 폭발하며 반구 모양의 불기둥을 만들고 라퓨타의 함포 역시 지상에서 같은 모양으로 폭발하며 그 형상을 긴 시간 동안 유지한다. 이는 그의 반전사상과 전쟁 경험, 영화가 일본인을 향한 메시지임을 고려했을 때 핵폭탄을 의미한다. 나우시카에서 묘사되는 불의 7일이란, 세계2차대전의 상황의 은유로 해석될 수 있다. 이전 세대 인류의 몰락의 이유가 된 고도로 발달한 문명과 기술은 2차 세계 대전 당시 전쟁에 미쳐 있었던 일본에 대한 비판이다. 이렇듯 하야오 감독은 작품에서 과오를 반성하며 새로운 세상이 다가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인류와 일본인을 그린다.

그의 작품에는 악역이 등장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천공의 성 라퓨타의 무스카를 제외하면 주인공과 적대적으로 대립하는 빌런의 위치에 속하는 인물은 등장하지 않는다. 주인공들의 고난과 역경은 특정 인물 때문이 아닌 만들어진 상황에 의거한다. 물론 주인공과 대립하는 인물들이 등장하기는 하나, 이는 그들 각자의 이해관계 때문이지 주인공에게 개인적 원한이나 악의를 품고 있어서가 아니다. 이런 인물들도 결국은 주인공의 입장을 이해하고 동화되는 모습을 보인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초반에 시타를 납치하려 시도했던 도라 해적단은 후에 파즈와 시타의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는 유바바의 수하인 까마귀와 거대 아기 보가 각자 파리와 생쥐로 변하여 센과 함께 모험을 겪고,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는 황야의 마녀가 마력을 잃으며 소피의 보살핌을 받는 팜므파탈의 할머니로 변한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에서는 하늘에서 나우시카 일행을 포격하며 등장했던 페지테의 소년 아스벨이 결국은 나우시카에게 설득되어 같이 동행하게 된다. 이들은 주인공과 합심해 보다 거대한 주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노력한다. 싸워야 할 것은 다른 곳에 있고, 결국은 모두가 동료라는 감독의 평화사상이 담겨있는 것이다. 나우시카의 크샤나, ‘모노노케 히메의 에보시는 작품의 종반까지 주인공들과 대립하는 인물들이지만 작품 내내 주인공들의 진심 어린 사투와 설득을 보며 결국 정신적 성숙을 이루고 주인공의 사상에 동조하게 된다.

평화 일편단심이기에 그의 작품은 대부분이 급작스럽고 맥이 빠지는 결말을 취한다. 오무 무리와 토르메키아 군의 대립은 나우시카가 황금 들판을 거닐며 끝이 나고, 소피의 키스로 저주에서 풀린 이웃나라 왕자가 전쟁을 끝내며, 천공의 성 라퓨타는 주문 한 번에 무너져 내리고, 재앙신이 된 시시가미는 모두의 생명을 위협하던 중 날이 밝자 부근에 온통 꽃을 피우고는 사라져 버린다. 전쟁과 대립은 절대 막바지까지 치닫는 일이 없으며 승자와 패자가 갈리지 않는다.    

 

아나키즘

전쟁의 주체가 되고는 하는 대국에 대한 반발 때문일까. 하야오 감독의 작품 속 많은 등장인물들은 체제를 거부하고 무정부의 길을 걸으며 그들은 굉장한 호감형으로 묘사된다. 국가의 전쟁 출동 명령에 불응하여 숨어 지내는 하울과 붉은 돼지의 마르고 파곳을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겠다. 마르코 파곳은 작 중에서 이탈리아의 파시즘에 대해, ‘파시스트가 되느니, 돼지로 있는 게 낫다.’며 직접적인 대사를 뱉기도 한다. 이는 그의 공군 동기 페라린 소령과 만화영화가 상영되고 있는 극장에서 나눈 대화인데, 만화는 정부가 선전을 위해 제작한 듯하며 자본주의 돼지를 무찌르고 있는 주인공이 비춰지고 있었다. 그가 돼지 형상을 한 것은 국가의 시선에 자신을 대입시키며 자조 섞인 비판을 하는 것이리라. 실제로 그가 돼지의 모습이 된 것은 전장에서 많은 그의 군인 동료들의 죽음을 목격하며 젊은이들을 전장에 내모는 국가에 대한 회의감을 느낀 직후이다. 파시즘에 대한 비판은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도 나타난다. 무스카는 나치의 게슈타포, 이탈리아의 OVRA와 결을 같이 하는 일종의 비밀 경찰이며, 높은 지위의 군사 총사령관 모로 장군은 멍청하고 욕심 많은 인물로 묘사되어 군국주의를 비판한다. 감독은 또한 작품에서 정부에 속하지 않는 무법 집단, 도라 해적단과 공적 연합 등의 해적들을 그려내는데 그들은 절대 악당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쾌활하고 돈을 밝히는 정도로 표현되며 작품의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한다. 앞서 말했듯 도라 해적단은 파즈와 시타의 지원군이었으며, 붉은 돼지에서 공적 연합의 일원인 맘마 유토단은 작품 초반에 아이들을 납치하는 범죄 행위를 저지르지만 아이들은 맘마 유토단 단원을 무서워하지 않고, 맘마 유토단은 그런 아이들을 돌보며 쩔쩔매는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연주의

하야오 감독의 대부분의 작품은 푸르른 산과 숲, 바다와 하늘이 배경이다. 이는 자연을 각별히 여기는 그의 사상이 담긴 것이며 많은 인터뷰에서 자연의 중요성을 주장한 그의 답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종종 그는 그저 자연 경관의 아름다움만을 묘사하기 위해 상영 시간 중 적지 않는 부분을 할애하기도 한다. 이는 자연에 대한 주제의식이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작품인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소피가 빨래를 넌 뒤 산과 호수의 경치를 감상하는 장면은 20초를 넘기며 이 시간 동안 어떠한 등장인물도, 대사도 잡히지 않는다. 작 중 묘사 뿐 아니라 작품의 주제를 자연의 경고, 인간과 자연의 공생으로 한 것 역시 많다. 벼랑 위의 포뇨와 이웃집 토토로는 온화하게 자연의 신비와 위대함을 노래하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모노노케 히메에서는 조금 더 강렬하게, 직접적인 자연의 위협과 보복을 다룬다.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모노노케 히메두 작품에서는 각각 인간을 향해 돌진하는 오무의 무리, 멧돼지의 무리가 등장하여 인간에 대한 자연의 보복으로 표현된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독을 내뿜는 숲인 부해와 인간의 대립을 다룬 작품이다. 부해는 하루하루 영역을 넓혀가며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데 사실 부해는 과거 인류의 잘못으로 인해 생겨난 것으로, 인류가 고도로 발달한 기술을 전쟁에 이용하며 대지를 오염시킨 결과였지만 부해 밑바닥에선 독이 없는 깨끗한 공기와 모래가 쌓이고 있는 정화 작용의 과정에 있음을 보여주며 자연의 위협과 위대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감독은 작품을 통해 무분별한 기술의 사용으로 인한 자연의 보복을 경고한다. ‘모노노케 히메역시 인류의 무분별한 자연 개발로 인한 자연의 위협과 보복을 다룬 내용이나, 자연과 인류를 이분법적으로 나누기보다 자연과 인류의 공생을 중점적으로 주장하는 작품이다.

산은 숲에서, 나는 타타라 마을에서, 함께 살아가자.” – 영화 모노노케 히메

작품의 종반에 자연을 대변하는 들개 소녀 산에게 인간을 대변하는 인물인 아시타카가 전하는 말이다. 기술은 나쁜 것, 자연은 경외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으로 표현된 나우시카에서 보다 심화된 철학을 내포하고 있다. 산이 자연을, 아시타카가 인간을 대변한다면 타타라 마을의 에보시는 기술을 대변하는 인물이며 그녀는 작품에서 틀리고 잘못된 인물로 묘사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에보시는 숲의 신들을 재앙신으로 만드는 화승총을 개발하지만 나병 환자들과 여성에게 일자리와 평등하고 안정된 보금자리를 제공하는 입체적인 인물이며 종국에는 아시타카의 사상에 수긍하는 인물이다. 

 이웃집 토토로벼랑 위의 포뇨는 위의 두 작품과 비교해 자연이 인류 친화적으로 묘사되며 자연의 신비와 자연 그 자체를 친숙하게 묘사하는데에 힘썼다. 토토로의 악기 연주가 곧 새 소리가 되고, 토토로가 팽이를 타고 날면 바람이 된다. 숲의 정령이자 자연 그 자체인 것으로 여겨지는 토토로는 메이와 사츠키의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 ‘벼랑 위의 포뇨에서는 바닷물이 육지를 뒤덮은 상황에서의 소스케와 포뇨의 모험을 그리는데 이 정도 홍수가 현실에서 일어난다면 정말이지 재앙이 아닐 수 없지만, 감독은 그의 평화적 사상과 동화적 상상력을 발휘해 이 재난을 이용해 도심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해냈다. 배 밑으로 비치는 지붕 위를 덮은 맑고 투명한 바닷물, 그 아래로 유유히 헤엄치는 고대의 바다 생물들. 나무 줄기의 반을 덮은 수위와 그로 인해 마치 정글을 탐험하는 듯 시야 낮게 보이는 무성한 나무의 꼭대기. 도심 속 재현된 고대 자연의 모습 속에 사람들은 옹기종기 한 배에 탑승하여 함께 노를 저으며 줄 지어 이동한다. 자연에 압도되어 삶의 터전을 빼앗겼지만 어딘지 모르게 평화롭고 따스한 분위기가 조성된다.  

 숲에 둘러싸인 오두막에 살며 토토로와 함께 바람이 되어보기도 하는 메이와 사츠키, 지붕 위로 넘친 바닷물을 좌절하지 않고 유쾌하게 항해하는 마을 사람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두 작품에서 자연에 둘러싸여 동화되는 인물들을 묘사하며 신비롭고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지만 무해하고 친숙한 자연을 표현한다. 이처럼 그는 자연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그의 작품들을 통해 담아냈다. 때론 인류에 위협이 되는 자연을 경계하며 존중하고, 때론 친구 같은 자연을 아껴줘야 함을 얘기한다.

 

주체적인 여성관

붉은 돼지’, ‘바람이 분다를 제외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은 전부 여성이 주인공이며, 많은 여성 등장인물이 여성 리더로서 등장한다. 포뇨의 엄마이자 바다의 신인 그랑맘마레,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공주, 토르메키아의 크샤나 군단장, 타타라 마을의 영주 에보시, 도라 해적단을 이끄는 도라가 대표적으로 여성 리더로서 등장하며 그들의 리더십은 뛰어나기까지 하다. 리더가 아닐지라도 감독의 작품에서 묘사되는 여성 출연진들은 모두 주체적이고 자립심이 강한 여성들이다. 1984년 개봉한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의 나우시카 공주는 왕자와의 사랑을 찾는 대신 연구와 탐험에 몰두하며 자기 희생을 통해 바람 계곡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여성으로, 당시 디즈니의 여느 공주들의 서사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지점이다. ‘천공의 성 라퓨타에서 파즈에게 구해지는 등 의존적인 모습을 보이며 하야오 감독의 작품 속 여성 등장인물 중 비교적 나약하게 그려지던 시타 역시 후에 치마를 벗고 도라의 바지를 입으며 강한 자립심을 피력하게 된다. 이는 도라 해적단의 타이거 모스호와 분리되어 글라이더만 의지해 비행하려는 상황에서 시타와 도라의 대화를 통해 잘 드러난다.

시타는 위험하니 (타이거 모스호로) 내려와라.”

왜요?”

왜긴 너는 여자애잖아.”

하지만 할머니도 여자인 걸요(웃음).”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 드물게 남성이 주인공인 붉은 돼지에서도 어김없이 주체적인 여성 주연캐릭터가 등장한다. 망가진 마르코의 비행기의 수리와 설계를 여성인 피오가 맡게 되는데 여성에게 맡기는 것을 탐탁치 않아 하는 마르코를 설득하는 것은 피오의 뛰어난 실력과 강한 자신감이었다. 마녀배달부 키키는 줄거리가 자체가 마녀의 홀로서기를 다룬 내용이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소피 역시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쳐 나가는 인물이다.

 

비행체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디자인한 수많은 비행체들 역시 그의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이는 2차세계대전 당시 그의 아버지가 영위하던 군수 산업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그는 탱크와 전투기 등 전쟁 병기에 관심이 많아 디자인을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다고도 한다.[7] 작품 속 등장하는 기체들은 전부 그가 직접 디자인한 것들이며 그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토르메키아 왕국의 거대 전함, 모로 장군의 거대 전함 골리앗, 나우시카가 탑승하는 메베, 선두가 권총 모양인 건쉽. 도라 해적단의 타이거 모스호와 기동용 기체인 곤충의 형상을 닮은 플랩터,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등장하는 날개로 비행하는 전함. 붉은 돼지에 등장하는 수많은 전투기의 디자인은 실제 모델을 토대로 그가 재구성한 것이라고 한다. 지브리 스튜디오의 어원 역시 이탈리아의 카프로니 백작이 설계한 정찰기 모델 기블리(Ghibli)에서 따온 것일만큼 비행기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달랐다. 가장 최근에 개봉한 그의 작품 바람이 분다는 비행기에 대한 그의 열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영화이다.

 비행기는 전쟁의 도구도, 장사의 수단도 아니다.”

바람이 분다의 주인공 호리코시 지로의 꿈 속에 등장하는 카프로니 백작의 말이다. 감독은 그가 주장해온 반전사상과 전쟁병기를 좋아했던 자신의 어린 시절의 모순을 설명하려고 애썼다. 그의 고뇌야 어찌됐든 비행기에 대한 열정은 그의 작품에 더욱 독창성을 불어넣으며 시각적 즐거움을 더하는 요소로 작용하였다.

 

 

 

 

참고문헌

1.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 2013, 대원씨아이

 

2.연세대학교 미래캠퍼스 영여영문학 전공 수업. ‘동아시아영화연구’, 김명진

 

 


[1] The 21st Century’s 100 greatest films, BBC NEWS, Aug 19. 2016,

[2] 김의찬, 유토피아 그리고 위대한 사랑 이야기, <모노노케 히메>, 씨네21. 2003. 04. 22

[3] 대원미디어, ‘벼랑 위의 포뇨’ 100% 수작업으로 영화 사상 유례없는 바다 표현, 뉴스와이어. 2008. 11.18

[4] 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 2013, 대원씨아이」

[5] 윤혜정. ‘미야자키 하야오 인터뷰’, 필름 2.0

[6] 황혜림. ’미야자키 하야오 인터뷰’, 씨네21, 2001.08.03

[7]미야자키 하야오 「출발점 1979-1996, 2013, 대원씨아이」